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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로봇 ‘플랫폼 경쟁’ 중

조회 수 2936 추천 수 0 2014.11.03 15:06:24

로봇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걷고 뛰는 로봇, 감성을 지닌 로봇, 사람과 대화하는 로봇…. 진화하는 기술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시대’를 앞당긴다. 단순 작동에 그쳤던 로봇은 이제 커뮤니케이션하고 자율성을 갖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 속 상상을 구현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로봇에서 미래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스마트폰’ 중심의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스마트 로봇’으로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각국 정부도 산업 부흥에 팔을 걷어붙인다.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격전지, ‘로봇 플랫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 경쟁에서 한국은 어디쯤 서 있을까.

# 러시아 과학자들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개발한 로봇 ‘유진 구스트먼’이 지난 7월 7일 영국 런던 왕립협회에서 열린 ‘튜링 테스트’에 참가했다. 튜링 테스트는 심사위원들이 자유로운 주제로 일정 시간 채팅을 한 후 그 대상이 ‘인간’인지 ‘컴퓨터’인지 판정하는 대회다. 컴퓨터를 사람으로 오인하는 심사위원 비율이 30% 이상이면 인공지능 컴퓨터로 판정되는 룰이다. 유진 구스트먼은 튜링 테스트가 만들어진 이후 64년 만에 처음으로 통과한 로봇이다. 30명의 심사위원이 유진과 5분 동안 대화했으며 33%가 유진이 기계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13세 지능을 지닌 ‘생각하는 로봇’으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의미의 상징적인 한 사례다.

# 흔히 로봇은 단순 육체노동을 돕는 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생각을 깨는 로봇이 등장했다. 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이 등장하면서 지식 노동을 대체하는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컴퓨터 기자가 쓴 뛰어난 수준의 신문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됐다. 단 3분 만에 지진 속보 기사를 작성하고 빠르게 보도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2013년 11월 종이 신문을 알고리즘 편집으로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산되는 주간 신문은 사람의 편집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종이 신문의 등장이다. ‘로봇 저널리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로봇의 기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활용 범위는 빠르게 확대된다. 카메라, 센서, 정밀 액추에이터(actuators) 등 기반 기술이 발전하면서다. 영화 현장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2013년 영화 ‘그래비티(Gravity)’에서 무중력 우주 공간 장면들은 인간보다 역동적이며 정교한 카메라 워크를 구사하는 봇앤드돌리(Bot & Dolly)의 카메라 로봇이 찍은 것이다. 로봇 수술은 오차가 적어지면서 인공관절·전립선암·복강경 등 정밀한 수술에 이용된다. 스페인 식료품 회사인 엘 둘치(El Dulze)에서는 기계 시각 인식 기능을 이용해 사람이 작업할 때보다 3~4배 빨리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량 감자, 오렌지, 양배추를 자동으로 골라낸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는 회전 초밥집에 스시 로봇이 도입돼 1시간에 초밥을 3500개나 쥐어 내기도 하고 목장에서는 우유 짜는 착유 로봇도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이뤄진 존재다. 3대 구성 요소로 센서(Sensor)·프로세서(Processor)·실행기(Effector)를 가지고 있다. 센서는 주위 환경에서 정보를 감지하는 기술이고 프로세서는 정보 처리 및 반응 기술, 실행기는 기계 분야로 로봇의 팔 다리에 해당하는 하드웨어를 뜻한다. 각각 감지(Sense)·사고(Thing)·행동(Act)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로봇이 ‘연구’를 뛰어넘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배경은 그동안 축적돼 온 기술들이 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와 비교할 때 최근 로봇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는 프로세서 부문으로, ‘인공지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로봇의 뇌’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

애플의 ‘시리’, 구글의 ‘구글나우’로 잘 알려진 인공지능은 활용 범위가 다양해졌다. 금융 부문에서도 최근 알고리즘의 적용 범위가 시스템 트레이딩을 넘어 투자 분석이나 의사 결정, 투자 자문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켄쇼(Kensho)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워렌(Warren)은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리면 어떤 섹터가 유망할까?”처럼 자연어로 질문을 하면 관련 분석 결과나 유망 종목을 제시한다. 홍콩의 딥 날리지(Deep Knowledge) 벤처캐피털은 생명과학 벤처 기업 대상 전문 분석 인공지능인 바이털(Vital)을 투자 이사회의 임원으로 임명하고 사람과 동등한 한 표를 주기로 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뇌를 모사한 인공 신경망을 심장 내막염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 바 있다. 또한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은 작년부터 미국 뉴욕의 MSKCC 병원 등에서 시험 이용되고 있다. 나준호 책임연구원은 “왓슨은 진료 기록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의심 질환들과 관련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며 인공지능이 의사 조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로봇은 집적 회로(IC)에 입력하면 단순 동작을 무한 반복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사고 위험에도 쉽게 노출됐다. 이물질이 있을 때에도 작동을 멈추지 않아 생기는 인명 사고가 잦았다. 그러나 최근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이 지능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이 로봇에 적용되면 지능을 가진 로봇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똑똑해진 로봇, ‘스마트 로봇’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로봇이 정보를 해석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능이 과거 로봇과 스마트 로봇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클라우드와 빅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과거 로봇은 정해진 명령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이 입력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로봇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데 인터넷 공간에 소프트웨어·데이터 등을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로봇과 만나며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게 됐다. 개별 연구자에 의해 학습하던 로봇이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실사용자들이 구축하는 클라우드를 통해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게 된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정보들이 모이고 저장되면서 이는 그 자체로 빅 데이터가 되며 이를 잘 활용하면 로봇이 고도의 지적 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똑똑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기업 주도하는 로봇 시장 열린다

결국 스마트 로봇의 특징은 ‘자율성’으로 요약된다. 로봇이 스마트해진다는 것은 사람과 같이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해 때에 따라 반응한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진석용 책임연구원은 “로봇의 자율성은 인간이 리모트컨트롤을 통해 로봇을 조정·통제하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버튼만 누르면 로봇이 그 순간부터 알아서 해결하는 가장 높은 단계까지 6단계로 구분된다”며 “아직까지는 스마트 로봇이라고 하더라도 리모트컨트롤인 경우가 많고 로봇 청소기는 좀 더 나아진 둘째 단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내에서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 것이다. 최근 로봇들은 자율성 이외에도 ‘감성 교류’, ‘융·복합’ 등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감성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복잡다단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자랑한다.

로봇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100년 전부터 시작된 꿈으로 산업용 로봇은 1950년대에 시작돼 이미 연 수천 억 달러의 큰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스마트 로봇을 주목해야 할까. 앞서 설명한 기술적 진화에 더해 또 하나의 배경은 산업적 매력에 있다.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 후보군 중 로봇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다음의 혁신으로 스마트 로봇이 주요 후보로 언급된다. 빌 게이츠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칼럼을 통해 스마트 로봇 가능성을 예견한 바 있다. 과거 PC가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로봇이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또한 ‘1가정 1로봇’ 시대를 예측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로봇 분야에서 표준 운영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실제로 로봇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MSRDS(Microsoft Robotics Developer Studio)를 출시했다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스마트 로봇에 뛰어들며 차세대 ICT 격전지가 됐다. 그 중심에는 로봇 플랫폼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IT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가지각색의 로봇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직접 로봇을 개발하는 쪽보다 세계 최강의 로봇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로봇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12월 구글은 일본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샤프트’를 인수하며 주목받았다.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여는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는 첨단 로봇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경진 대회다. 후쿠시마 원전 내부를 재현하고 로봇은 8개 도전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샤프트는 지난해 우승 업체로, 우승 직후 구글에 의해 인수됐다. 샤프트를 시작으로 구글은 7개 로봇 업체를 인수했는데,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군사용 로봇, 로봇 팔, 로봇용 바퀴 등 분야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있다. 로봇 사업을 이끄는 이가 안드로이드 사업을 총괄한 앤디 루빈이라는 점에서 구글이 로봇 운영체제(OS)를 개발하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태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구글의 로봇 전략은 OS 생태계의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로봇 하드웨어들을 통합하고 기존 플랫폼과 연동 가능한 로봇 OS를 출시한다면 구글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 즉, 자체 안드로이드를 모든 기기에서 통용되도록 만드는 게 구글의 전략으로, 로봇의 통합 플랫폼을 구현해 궁극적으로는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 활성화로 연계한다는 전략으로 풀이했다.

미국에선 구글, 일본에선 소프트뱅크가 앞장선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올해 6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선보였다. 감정 인식 로봇으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과 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학습 기능도 있어 사람과 대화할수록 더 똑똑해진다. 도쿄 시내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안녕하세요. 저는 페퍼입니다”라고 말하는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페퍼는 내년 2월 판매될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가격으로, 약 200만 원에 보급될 예정이다. 기존 로봇의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정마다 로봇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소프트뱅크의 전략은 단순한 로봇 판매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처럼 앱을 설치, 간단하게 페퍼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앱이 개발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도 제공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페퍼를 중심으로 개인 서비스용 로봇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통신사라는 점에서 페퍼를 통해 진짜 내세우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성 로봇을 앞세우면서 결국 자사 클라우드 네트워크 서버를 통해 소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로봇 생태계 주도권을 잡아라

구글과 소프트뱅크 사례만 보더라도 기업들이 로봇 비즈니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로봇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잇는 혁신으로서의 스마트 로봇으로, 궁극적으로는 향후 IT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두 회사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혼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스마트 로봇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가로 보면 미국·일본·독일·프랑스·이스라엘 등이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은 IT 기업의 기술 역량을 총집대성한다. 하드웨어에서는 기계공학의 총집약체이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인공지능, 빅 데이터, 무선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술을 선도하고 역량을 쌓아두기 위해서는 로봇이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은 로봇 OS를 선점해 스마트폰, 스마트 홈, 스마트 카 등 다른 생태계에 연결하면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상당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는 가격, 둘째는 활용 범위다. 로봇이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온다면 한순간에 로봇 시대가 펼쳐질 수 있다. 김태진 연구원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터질지 모를 뿐, 예측도 못한 곳에서 개인용 로봇 히트 상품이 나온다면 기폭제가 될 것이고 그때를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플랫폼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스마트폰처럼 로봇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필요한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다면 로봇 중심의 생태계가 열린다는 전망이다. 일례로 로봇 청소기가 주변 사물과 통신을 통해 연결되고 다른 플랫폼과 연계되는 크로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꼭 청소기가 아니더라도 움직이는 ‘개인 비서’로서 현재의 스마트폰에서 진일보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부럽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매력적인 시장성 때문에 당장 돈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메인 플랫폼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진석용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스마트 로봇은 스마트폰 등장 직전과 똑같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벤처캐피털 사이에서는 향후 IT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넷톱 등 세 후보 중 저울질을 하는 상황이었다. 춘추전국시대가 평정된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메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것처럼 로봇 세계에서도 현재 메인 플랫폼이 무엇이 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로봇 산업 중소기업 편중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경쟁에서 한 발 뒤처져 있다. 현재 로봇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주로 산업용 로봇 규모이지만 개별 기술력으로 볼 때도 결코 로봇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김문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스마트폰 다음 혁신으로 지능을 가진 로봇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누가 봐도 그런 세상으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정보의 중심 디바이스 역할을 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같으면서도 물리적인 도움을 주는 도구가 바로 로봇이기 때문에 인간 생활의 본격적인 혁신이 될 텐데 문제는 국내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로봇 요소 기술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이를 한 데 모아 플랫폼으로 만들 ‘키 플레이어’가 부재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밑바닥 전력’은 있는데 큰 틀에서 플랫폼화하고 여러 사람에게 값싸게 공급할 역할을 하는 이가 없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전체 로봇 기업 402개사 중 중소기업이 92.3%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는 이상 한국은 스마트폰에서처럼 플랫폼 싸움에서 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문상 박사는 “한국이 네트워크 인프라를 비롯해 로봇 후방 산업이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향후 로봇 산업에서 종속될 것”이라며 “구글 같은 곳은 패러다임이 중요한 것을 아는 기업인데 비해 선도적 리더십을 가지고 개발해 본 적이 없는 한국 대기업은 따라잡는 데만 익숙해 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주력하는 로봇 비즈니스는 ‘청소형 로봇’에 국한된다. 그마저도 사업부가 크지 않다.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로봇의 역할은 강조된다. 현재의 개별 가전제품가전제품을 한데 엮어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데 있어 로봇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이미 경험한 바 있듯이 한 번 빼앗긴 주도권은 좀처럼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한국이 만든 기술이 표준이 돼 전 세계 IT 생태계를 재편하는 일은 사람을 닮고 싶은 ‘로봇의 꿈’보다 더 묘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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