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며칠전 `델 월드(Dell world)'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이미 미래를 현실과 연결시켜 살아가고 있는 `선두 국가'"라고 했다 한다. 기초과학 기술 개발과 교육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지고 있는 미국에 대해 지적하기 위해 한국의 사례를 언급했다고 한다.

국가 연구개발(R&D) 투자가 전체 예산의 3% 수준인 미국에 비하면 우리는 5%에 근접하므로 미래를 개척하는 선두국가라고 해도 될 것이다. IT경쟁력이 세계 수준이고, 한류로 세계문화를 선도하는 것을 보면 선두국가라는 칭찬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 때마다 온 나라가 요동치면서 많은 국민들이 갈등하는 것을 보면, 선두국가로 가기 위해 산 하나는 더 넘어야 하는 상황인 듯도 싶다. 또 보수와 진보, 청년층과 중장년층, 과거와 미래, 기존산업과 신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이 원만하고 자연스런 상생을 하지 못하고, 먼 대척점에 있는 듯이 보이는 것도 아직 선두국가로 칭찬받기에는 이른 상황인 듯 싶다.

얼마전 국회의 한 중진의원이 신산업 관련 행사에서 축사를 하면서 미래 신산업, 지식서비스산업의 현실과 중요성에 대해 매우 통찰력있는 스피치를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스피치 요약문을 읽어 보았다. 요점은 새로운 산업 부문,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한국경제도 어려워지고, 세계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융합형 제조업, 시스템산업, 새로운 정부모델, 지식창조산업 등이 필요한데, 이러한 논의는 현세대보다 미래세대에게 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도 별 관심없을 것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고 실천인 것인데, 그 실천에 대한 해답은 없다. 말을 하는 사람부터 자신의 직접적인 노력과 귀중한 자원 투입으로 미래 개척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미래에 사는 선두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또 선두국가로 오래도록 번영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현재에 실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국회의 역할, 정부의 역할, 기업의 역할, 언론의 역할, 학계와 연구계의 역할이 과거나 현재에 초점을 두고 있을 때, 중장기적으로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창출, 복지국가구현, 신산업창출, 국민대통합 등이 큰 희생적인 노력과 자원투입이 없이 되기는 어려운데, 최소한의 노력과 최소한의 자원투입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선 국회부터 희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일반국민이나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이라도, 그것이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는 중요한 일이라면, 희생적인 노력으로 연구포럼을 활성화하고, 재정지원을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 선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러한 노력을 그동안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부문도 미래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쉽게 변하기 어렵고, 또 조직의 기능상 보수적이기 쉽다. 미래를 위한 정책을 쉽게 구사하는 것은 예술에 가까운 기술일지 모른다. 오랜 공직생활을 하신 한 분이 공무원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한 것도 기억난다. 희생을 수반하는 일을 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이다. 감사제도 등을 개선하여 정부에서 미래를 위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언론과 학계, 연구계의 역할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거시적이고 종합적 차원으로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므로,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중심을 굳건히 지키면서, 미래지향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때, 또 그 솔루션을 희생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리더들이 많을 때 우리는 미래를 사는 선두국가라는 칭찬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